현호색은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몸을 녹이면 가장 먼저 싹을 틔우고 곧바로 꽃을 피워
이른 봄 한 달가량 살다가 열매를 맺지요.
다른 많은 식물처럼 꽃이 지고 나면 잎이라도 달고서 여름을 보낸 뒤 가을에 결실하고
겨울을 앞에 두고 죽는 것이 아니고, 봄에 이 모든 일을 마치고는 흔적도 없이 이 땅에서
사라져 버립니다.
그 작은 식물에 꽃송이는 많이도 달려 있습니다.
꽃들이 차례로 올라가면서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면서도 엉덩이는 들고서 서로
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피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요.
그러나 무엇보다도 현호색의 신비스러움은 그 빛깔에 있답니다.
연보라색, 보랏빛이 도는 하늘색, 분홍색에 가까운 보라색 등 전체적인 분위기는
비슷비슷하지만, 분명히 다른 여러 색깔의 꽃들이 함께 모여 피지요.
들녘이나 담장 아래 보면 제비꽃만큼 많이 볼 수 있는 꽃이 랍니다.